만물이 회생하는 시작의 봄. 완연한 햇살을 느끼기엔 아직 쌀쌀한 감이 없지 않지만 봄을 고대하던 모두의 가슴속엔 시나브로 초록 새싹이 움트고 있을 것이다.

끝이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함의하는 것처럼, 해마다 도는 계절의 끝 겨울은 새로운 봄을 일렁이게 한다. 그 시작의 계절엔 모든 것들이 저마다의 새싹을 파종하지만 금년에는 새봄과 함께 또 다른 새 시작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바로, 제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그것이다.

조합장 선거 자체는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금번의 조합장 선거가 품고 있는 의미는 전과 사뭇 다르다. 기존의 조합장 선거는 각 조합별로 실시되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었고, 대중의 시선에 유리되어 있었던 만큼 불법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한 불법 선거의 면면은 오랜 기간 공유되어 왔고, 조합장 선거 자체가 돈이 돌고 도는 ‘돈선거’라고 폄훼된 오명을 덮어쓰기도 했다. 그만큼 불법선거의 허물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허나 3월 11일에 이뤄지는 제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선거로 진행되어 돈선거 및 불법선거의 단속이 훨씬 강화된다.

또한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의 모든 조합이 동시에 같은 시스템을 통해 투표를 시작하면서 그간 있어왔던 불법선거의 씨앗을 조기에 뿌리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불법 선거에 대한 그간의 허물이 컸던 만큼 그 거름을 자양분 삼은 새로운 조합장 선거가 더 공정하고 공명한 선거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만으로는 공명선거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장 선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선거의 주인공들은 바로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직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는 조합에 속한 조합원들의 투표로만 선거가 이뤄지고, 공직 선거에 비해 유권자의 수는 매우 적다. 오직 해당 조합에 속한 조합원들만이 투표의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현ㆍ잠재적 유권자가 되는 공직선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의 투표가 진행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그간의 돈선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했던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조합원들이 행사하는 한표, 한표가 큰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투표로 인한 결과 자체가 조합원들의 생활에 바로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율이 80%에서 95%에 육박하는 높은 참여도를 보이는 있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그간의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자행되어 왔고 그런 불법이 선거를 무척이나 혼탁하게 만들어 돈선거를 당연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선관위는 지속적인 고소ㆍ고발로 돈선거를 시도하는 후보자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있으며, 불법선거를 자행한 후보자에게 협력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2월 25일 조합장선거 후보자들은 후보자등록신청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협약식’을 가져 오직 공약과 그 이행능력으로만 자신들의 능력을 검증받을 것임을 법앞에 엄숙히 선서한 바 있다. 매니페스토란 라틴어 manifestum에서 유래한 단어로 강령, 선언서 등의 의미를 지니는 정책선거 운동이다.

이전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조합장 선거역시 돈이나 다른 요소가 아닌 오로지 정책과 공약으로만 심사대에 올라야 할 것임을 조합장 후보자들이 모두 모여 다짐한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조합원들 역시 후보들이 거짓 선언을 한 것은 아닌지, 재출마하는 후보의 경우 지난 공약을 얼마만큼 제대로 이행해왔는지의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 소중한 한 표를 선사해야 할 것이다.

오는 제 1회 조합장 선거는 3월 11일 수요일에 시행되며 투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된다. 12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지난 공직선거보다 2시간이 짧은 만큼 조합원들의 주의를 요하는 바이다.

봄에 심은 작은 모가 좋은 알곡을 맺기까지는 여러 상황과 환경의 조화가 필요하다. 좋은 쌀알 한톨을 얻기 위해 우리는 충분한 햇볕, 알차고 살진 대지, 그리고 허물을 솎아내고 거름을 올리는 수천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새 봄에 시작되는 조합장 선거가 공명선거의 알곡을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 관리ㆍ감독, 후보자들의 알차고 진정성 있는 공약, 그리고 부정을 솎아내고 방제하려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부디 금번의 조합장 선거가 공정한 대지 위에서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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