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여행기-⓶

▲만리장성 전경. 북경여행 둘째 날 만리장성을 올랐다.
북경여행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만리장성으로 출발했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유난히 춥고 안개가 껴서 영 별로다. 아니나 다를까 만리장성 전경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케이블카가 오늘 아침은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에는 만리장성을 걸어 올라가게 되었다. 가이드는 힘들기는 하지만 만리장성은 걸어 올라갈 때 비로소 그 진가를 확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만리장성을 걸어 올라가는 것은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북경의 거센 겨울바람에 그냥 서 있는 것조차도 어려운 형국이었다. 모자, 목도리, 장갑 등으로 각자 몸을 싸맨 사람들은 만리장성을 하나 둘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침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만리장성의 전경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아 지금 과연 말로만 듣던 만리장성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봉화대를 하나 둘 씩 지나면서 드러나는 장성의 전경이 점점 감탄을 자아냈다.

중국에는 사실 산이 그리 많지 않다. 어디서나 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점인데, 우리가 있는 이 곳 ‘팔달령’은 산세가 매우 험하고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이러한 굴곡 심한 산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장성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또한 우리는 장성을 오르며 주위에 유난히 철쭉나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봄에는 이 철쭉들이 만개하여 장성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고 하니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지어지기 시작한 장성은 20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 길이가 5천만m에 이른다. 장성은 북방의 유목민족들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지어졌다. 북방의 유목민족들은 시베리아의 혹한으로 더 이상 북쪽으로는 진출할 수 없게 되자 남쪽을 침략하기 시작했는데, 기후가 온화하고 물자가 풍부한 농경지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만리장성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따라서 만리장성은 단순히 군사적 침략을 막기 위한 방어막인 동시에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문화를 구분하는 경계선의 역할도 했던 것이다. 오늘날 말하는 서쪽 감숙성의 가욕관(嘉浴館)에서 시작하여 요녕성 압록강변에 이르는 635만m 길이의 성벽은 대부분 명나라 때 지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북경 거리 모습.
이후 점심을 먹고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 북경 시내로 돌아왔다. 북경 시내에서 우리는 자유 시간을 가졌다. 진정 여행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한국인 등의 외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지를 벗어나 직접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으로 가 그들의 꾸며지지 않은 진솔한 생활모습을 엿보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물론 중국인들의 정말 진솔한 일상생활과 문화를 엿보기에는 북경 시내가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다. 지금 북경의 대부분의 모습은 얼마 전 북경 올림픽을 위해 정부에서 많은 공을 들여 개발시키고 가꾼 결과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광지를 벗어나 그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여전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사실 북경을 돌아다니면서 중국이 공산당 국가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일견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공산당 국가로서의 면모는 여러 가지로 확인이 가능하다.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관광지 곳곳에서는 밤과 군고구마를 파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첫째로 중국 내의 모든 땅은 국가의 소유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민 각자가 사는 집이 위치한 땅도 각자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땅을 사고 팔 수 없다. 자금성 둘레에는 오래 전 귀족들이 살던 집들이 그 형태를 유지한 채 허름하게 남아있는데 그 집들의 가격은 100억원과 같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호가하는 집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 거주민들은 그 집을 팔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액수는 명목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날 돌아다니면서 중국이 공산국가라는 것을 다시한번 체감하게 된 것이, 중국의 은행은 24시간 동안 운영된다는 부분에서였다. 중국 정부는 은행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 은행이 24시간 운영될 수 있도록 통제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북경 시내를 돌아다닌 때는 꽤 어두운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은행은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는 북경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했다는 ‘The Place’를 들렀다. The Place란 길지 않은 길이의 상점거리였는데, 특징적인 것이 하늘에 아시아 최대라는 대형 LED천막이 쳐져 있는 점이었다. 우리가 간 때에는 한창 LED 천막에 눈 내리는 효과의 영상이 펼쳐지고 있어 마치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북경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했다는 ‘The Place’.  하늘에 아시아 최대라는 대형 LED천막이 쳐져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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