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공주대명예교수.
2012년 임진년은 지구촌의 여러 나라 국민들은 아마도 많이 벅차게 살아가야할 한해가 될 것 같다. 올해 많은 나라들의 경제적 안정도나 정치적 안정도 모두들 불확실한 데에다, 세계 수십 개 나라의 지도자가 새로 뽑히는 선거의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연초부터 무척이나 바쁘다. 신년교례회다, 출판기념회다, 이런저런 창단기념식이다 등 바쁘고 힘든 많은 일들이 연초에 벌어지고 있다. 철새 같은 꾼들은 눈치 보기 바쁘고, 재력이 있는 꾼들은 줄서기 바쁘다.

마음이 자주 오락가락하는 사람, 맘먹은 일을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 작심삼일인 사람, 자녀양육 때문에 걱정이 큰 사람, 부모님 봉양에 어려움이 많은 사람 등 우리 주변에는 안타까운 사람, 힘든 사람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 그리고 너 나 없이 모두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다.

신년 초에 시작을 했으면 마무리가 될 때까지 초심을 지키며 한 해의 일들을 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꼭지의 옛이야기를 적어본다.

어떤 마을에 악기연주를 잘하는 음악가가 있었다.
그 음악가는 소가 몹시 갖고 싶었는데 마침 그 마을에 소를 많이 가진 부자가 있었다. 음악가는 부자를 찾아가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 줄 테니 소 한 마리를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내가 어떻게 키운 소인데 그까짓 음악과 내 소를 바꾸자고?”
부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음악가는 자꾸만 조르고 또 졸랐다.
“좋소, 그렇다면 밤낮을 쉬지 않고 한 달 동안 계속 음악을 연주해 주면 당신의 원대로 소 한 마리를 주겠소.”
“그렇게 하지요. 그 대신 당신도 한 달 동안 자지도 말고 쉬지도 말고 내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물론이오.”
부자는 음악가가 한 달을 쉬지 않고 연주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순순히 대답했다. 이윽고 음악가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음악이 집안에 가득 찼다. 부자는 편안히 앉아 음악을 들었다. 음악가는 조금도 쉬지 않고 음악을 연주했다. 그러나 부자는 점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방석을 바꾸어도 보고 일어서 있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운 음악도 자꾸 들으니 지겨워졌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일은 졸음이 오는 것이었다.
하루는 그렁저렁 참아냈다. 이틀째도 간신히 참아냈다. 사흘째는 억지로 참아냈다. 그래도 음악가는 지치지 않고 연주를 계속 했다. 나흘째, 부자는 드디어 항복하고 말았다.
“음악가 양반, 당신 뜻대로 소를 가져가시오. 당신처럼 끈기 있는 사람은 소를 가질 자격이 있어요. 당신이 이겼소.”
음악가는 좋아하며 그렇게도 원하던 소를 데리고 갔다. 끈기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고 시작했으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끈질김이 있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음악가의 끈질김에도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약속을 지켜 소를 흔쾌히 내어준 농장 주인에게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연초라 결심도 많이 하고 다짐도 많이 했을 것이다. 연말에 돌이켜보고 ‘후회 없는 한해가 되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이겼구나’ 라고 회상할 수 있도록 멋지게 한 해를 가꾸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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