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 여행 첫날 도착한 천진공항은 작고 한산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 북경 여행 첫날 도착한 천진공항은 작고 한산했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는 북경공항은 수속을 밟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여기서는 10분 만에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천진공항에 나오자 그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얼음장 같은 세찬 바람을 맞으며 오른 버스 안도 서늘하긴 마찬가지였다. 겨울이면 히터열기로 후끈후끈한 한국의 버스와는 사뭇 비교가 되었다.

그 이유는 난방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중국 버스는 버스 안의 물을 직접 가열해 그 증기로 난방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 그 물이 다 데워지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다 데워지고 시간이 많이 흘러도 버스 안이 서늘했다.

천진에서 북경까지는 2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중국 현지식 식당이다. 중국 식당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모든 식탁이 원형이라는 점이다. 원형 식탁 가운데에는 돌릴 수 있는 원형판이 있는데 이 위에 음식들을 모두 올려놓고 각자가 원형판을 돌려가며 필요한 음식을 조금씩 떠먹으면 된다.

▲주로 한국 입맛에 맛춰 나온 현지식. 마파두부나 닭강정은 그나마 입맛에 맞았다.
현지식은 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들로 나왔는데, ‘마파두부’나 ‘닭강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중국의 마파두부는 우리나라의 것보다 기름졌고, 닭강정은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났으며 너무 달아 우리나라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중국음식은 대부분이 볶음요리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야채든 고기든 대부분 기름에 볶아서 나온다.

그 때문에 생긴 중국 특유의 식문화가 있으니 바로 ‘차(茶)문화’이다. 중국의 모든 음식점에서는 꼭 찻주전자가 등장하는데 라벤더 차, 국화차등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중국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수시로 이러한 따뜻한 차를 마신다고 하는데 기름진 음식들로 인해 장에 남아있는 기름들을 씻어 내려는 의도 때문이라 했다.

▲북경의 천단공원. 명·청대 황제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다.
식사 후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북경의 ‘천단 공원’이다. 천단공원은 명·청대 황제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다. 당시 황제에 봉해진 자들은 스스로를 “천자”로 간주했으므로 대자연을 숭배했으며, 천지를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제왕의 중요 업무였다. 이에 고대 설계사들은 건축물이 ‘하늘’을 상징하도록 힘을 다했다고한다.

천단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명확히 내벽과 외벽으로 나뉘는데, 북쪽의 벽은 원형이고 남쪽의 벽은 사각형으로 원형은 하늘을 상징하고 사각형은 땅을 상징한다. 중국 고대의 ‘천원지방(天圓地方)’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천단공원이라는 건물은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사실 천단공원의 가치는 또 따로 있다.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천단공원은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복도 난간에서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한창 내기 판을 벌이고 있었고, 내기 판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판을 구경하고 있었다.

▲천단공원은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한창 내기 판을 벌이고 있었다.
또 공원 내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느린동작의 태극권을 연마한다. 관광객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새벽부터 공원에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을 시작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큰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인파를 뚫고 얼마쯤 가면 천단공원 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축물인 ‘기년전(幾年殿)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황제가 오곡이 풍성하기를 빌던 곳으로서 삼중 처마로 된 원형궁전인데, 높이는 38m이며 지붕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상적인 것은 지붕이 푸른색이라는 점인데 이 푸른색은 하늘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건물 내에는 수많은 기둥들이 세워져 1년 중 4계절, 12개월, 24개의 절기를 각자 상징하고 있었다. 둥근 기년전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면 1년이 평탄하다고 하여 중국인들은 이곳을 꼭 한번 씩 돌고 간다고 하기에 건물을 한 바퀴 돌아 본 후에 천단공원을 빠져나왔다.

다음으로 간 곳은 ‘왕부정(王府井)거리’. 이곳은 일찍이 황실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황실의 우물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왕부정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곳은 북경시 최대 번화가로 1km쯤 되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명동거리쯤으로 비교되는 곳이다. 상업거리로써의 역사가 100년이 되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호화로운 유명 상점들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그 전통을 살리고 있는 가게도 많이 있어 좋은 품질의 비단이나 차, 골동품등을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왕부정(王府井)거리’. 이곳은 애벌레에서부터 전갈, 참새, 메뚜기 등의 다양한 동물들을 꼬치에 끼워 팔고 있었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보다도 ‘먹거리 골목’에 있었다. 중국인들은 못 먹는 게 없다는 말이 과연 틀린 말은 아니다. 애벌레에서부터 전갈, 참새, 메뚜기 등의 다양한 동물들을 꼬치에 끼워 팔고 있었으며 그 음식 종류가 무궁무진했다. 이 외에도 딸기 등 다양한 과일을 꼬치에 끼워 시럽을 끼얹은 과일 꼬치도 종종 눈에 띄었고 만두를 직접 구워 파는 곳도 많았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덕인지 떡볶이도 팔고 있었으나 그 가격이 너무 비싸 먹지는 않았다.

그 다음에는 북경의 ‘천지서커스’를 관람했다. 중국의 전통 서커스는 ‘잡기’라고 불리는데, 이러한 잡기는 5천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의 빼놓을 수 없는 문화라고 한다. 단원들은 외 줄 위에서 눕거나 텀블링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전거 하나에 10명 가까운 인원이 올라 타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의자나 접시 등 다양한 도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묘기에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국인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떡볶이, 옥수수 구이 등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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