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대 전 공주중앙로타리클럽 부회장

메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고 산야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울긋불긋 고운 자태를 뽐낸다. 다시는 피지 않을 것 같은 앙상한 나무들이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는 약동의 계절이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봄이 좋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겨우내 움츠렸던 몸도 봄이 되면 활력이 넘친다.

공주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활동 한지도 벌써 수십여년이 지났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다. 저소득 계층에 후원을 할 때면 얼마 되지 않는 금품일 지라도 진정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그 분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늘 허전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소득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저소득계층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욱 지속될 것 같다. 저소득계층의 증가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이들은 건강한 삶을 꿈꾸기 어렵다. 돈이 없어 1차적인 욕구 자체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저소득계층의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며칠 전 담배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15년간을 끌어 오던 논란은 결국 담배회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담배회사는 면죄부를 받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흡연 때문에 발생한 35개 질병치료비로 연간 1조 7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지출한다고 한다. 어렵게 사는 분들이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한푼 두푼 아껴서 납부하는 아주 소중한 돈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함이다.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담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질병으로 고생하고, 엄청난 진료비를 지출하며, 연간 58,0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데도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 담배회사의 책임은 없고, 건강하려면 그저 개인이 알아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니...

‘담배연기처럼 사라지는 이 돈을 사회복지 예산에 충당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돈이 없어 기초적인 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수백만의 빈민계층을 보듬어 줄 수 있을 텐데.... 복지국가가 실현되는 건강한 사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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