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재

공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금강을 거슬러 동쪽으로 가다가 계룡산 지역을 스쳐 공암 방향으로 가는 길과 금강을 건너 장기 쪽으로 가다가 종촌과 대평리를 거쳐서 가는 길이 그것이다.

예전엔 공암을 거쳐 가는 길이 유일한 길이었다. 내가 처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던 길도 이 길이다. 그 때는 금강을 따라 산기슭에 아슬아슬하게 길이 나 있어서 내려다보면 금강이 까마득하게 아래로 보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길이 아주 많이 내려와 있어서 편안하고 안전하도록 되어 있다. 터널이 뚫리기 전 한때 이 길은 마티재란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장기면 방향 길로 우회해서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암터널이 생겨 다시 이 길이 대전으로 통하는 길로 이용되고 있다.

공암터널을 지나다니다 보면 공주와 대전 사이의 거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시간 정도 걸리던 것이 반으로 줄어버렸다. 여간 편리한 일이 아니다. 왜 진작 터널을 만들지 않았는지 게으름을 탓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티재를 넘어 다니던 시절이 조금 불편한 대로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계룡산이 슬그머니 북쪽으로 발을 뻗어 보다가 금강 물에 막혀 멈춰 버린 곳이 바로 청벽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 금강의 가장 마름다운 부분과 계룡산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이 어우러진 지점이 이 청벽(혹은 장벽)과 마티재이다. 어련무던한 충청도의 산천으로서는 제법 대범하고 적극적으로 분발한 산봉우리와 절벽을 보여 주는 지점이다.

마티재는 봄과 가을의 경치가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산버찌나무와 아그배나무의 신록이 좋고 가을에는 단풍이 또한 곱다. 내가 자동차가 없고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에 망정이지 이쪽으로 눈을 주었다가 다시 저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다만 겨울철에 눈이 내리면 가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버스도 끊기고 택시도 벌벌 기면서 넘어야 하기 때문에 공주에서 대전을 오가는 길이 막힐 때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 마티재 아래로 공암터널을 만들게 된 것이다.

터널이 뚫리자 마티재로 오르내리는 길로는 아예 자동차나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다. 버려진 길이라 그렇까. 연인들이나 특별한 용무가 있는 차들이 지금도 혹시 오를지는 모르지만, 마티재는 점점 사람들 뇌리에서 잊힌 고개가 되었다. 그건 이 고개의 존재를 아예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 사는 집도 사람이 들어 살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진다고 한다. 사람이 건너 다니는 다리도 사람들이 밟아 주지 않으면 역시 쉽게 망가지고 만다고 한다.

그건 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서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마티재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나빠지는 쪽으로만 변하고 있을 것이다.

마티재. 마티재로 오르는 옛길. 그 시절이 좋았던 점도 있었는데……. 가끔 대전을 오가는 길에 나는 유심한 눈길로 마티고개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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