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섭(前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직대,청와대 부대변인)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계사년, 2013년이 저물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가벼운 인사말조차 무겁게 다가오는 현실에서, 청마의 기운을 가진 갑오(甲午)년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갑오년을 청말띠라고 하는 것은, 갑은 10간(干) 중에서 푸른 기운을 가진 청(靑)이요, 오는 12지(支) 중에서 말이 합쳐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청마가 어떻다고 말들을 하는 것일까요? 적마(赤馬), 황마(黃馬), 백마(白馬), 흑마(黑馬)는 있어도 청마(靑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도 ‘유니콘’이라 여기며 신성시하는 것만큼 우리들도 청마는 남다른 기를 가진 것으로 여겨왔던 것입니다.

예로부터 말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특히 소보다 힘이 좋아 밭농사에 쓰였다가, 탈것으로 쓰이면서부터 말은 사냥이나 전쟁에서의 이동수단으로서, 나아가 신분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능하는 등 사람들과 함께해왔습니다.

고사성어만 보아도 천군만마(千軍萬馬, 많은 군사와 말), 구마지심(狗馬之心, 개·말의 주인을 향한 충성심),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 죽마고우(竹馬故友, 어릴 때부터 친구), 지록위마(指鹿爲馬, 말을 사슴이라 부르며 임금을 속임), 부마(駙馬, 임금의 사위를 부르는 존칭) 등 참으로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에 나오는 흰 말,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동부여로부터 탈출할 때 탄 준마 등은 우리 역사상 건국의 영웅들은 말과 더불어 위업을 이루었습니다. 고대 고분의 벽에 그려진 말은 망자를 저승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말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통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발랄하고 기지가 있어 인기가 있다고들 말합니다. 진취적이고 활기찬 성격으로 세상을 잘 헤쳐나간다고도 합니다. 외려 청말띠 여자의 기가 지나치게 셀까봐 우려하기도 하는데, 푸른 말이 좋은 기운인 만큼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려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겠지요.

청말띠 갑오년에는 역사적으로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60년 전, 1954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로서 전후복구의 시작과 함께 평화시대의 시작이었습니다. 역사를 꿰뚫는 큰 사건은 없었지만 청마의 기운이 고마운 때였습니다.

120년 전 갑오년, 1894년은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반외세 반봉건’을 기치로 아래로부터의 사회개혁을 꿈꾸었던 농민혁명은 미완으로 그쳤으나 그들이 흘린 피는 왕정을 개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갑오경장(갑오개혁)이라는 근대적 개혁조치를 2년 가까이 시행했던 것입니다.

특히 갑오농민전쟁에서 요구된, 신분제를 철폐하고 과부의 재가를 허용하는 등 수백년 간 이어온 봉권적 관습을 개혁했습니다. 개화파의 주도 하에 정치, 사회제도와 재정의 개혁을 시도하여 부국강병을 꾀했으나 일본 중심 국제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피지배층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2014년에는 소치 동계올림픽(2월), 브라질 월드컵축구(6월), 인천 아시안게임(9월) 등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스포츠 행사가 연이어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백제문화제가 60회를 맞아 성대하게 개최되고,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게 됩니다. 6월에는 민선 6기 충남도지사와 도의회의원, 공주시장과 시의회의원, 도 교육감을 뽑는 6.4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러한 많은 일들이 청마의 진취적인 기상처럼 우리의 삶을 생동력있게 변화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말 달리는 선구자’처럼, 대지를 뒤흔드는 청마의 말발굽소리가 들려옵니다. 올해는 우리 지역에 활력이 넘치고 시민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는, 보람찬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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