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세광교회 목사.
올 여름 우리 마을에 잘 믿는 분이 이사왔다. 그는 시내 교회를 다니며 직분을 받아 우리 교회출석은 하지 못한다. 교회에서 맡은 직분이 많아 주말에는 아예 교회에서 산다. 주중에는 직장에 가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교회를 섬기다보니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주중에 사택을 찾아왔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가 금일봉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교회가 있는 마을에 이사왔는데 자주 뵙지 못해서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성탄절에 마을을 위해서 잔치나 축제를 하실텐데 보태라고 한다. 참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놓았다. 한 마디 보탠다. "결코 제 이름으로 하시지 말고 교회이름으로 하세요."

돌아간 후에 봉투를 열어보았다.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놓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다. 그저 성탄절에 마을을 위해 헌금한다고 할 때 일이십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돈이다. 더욱이 그는 자기 이름을 내지 말고 오직 교회, 주님의 이름으로 하라고 한다. 그야말로 그는 몰래산타가 되는 셈이다. 엉거주춤 그분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못했다. 마을이 열 댓집 되는데 나누면 또 그리 큰 돈은 아니다. 이제 마을 주민들에게 산타가 되어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양지가 고민이다. 그래도 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인가?

교회가 쐐기마을에 들어온 뒤 매년 성탄절이면 크던 작던 선물을 나누고 때로는 밥상을 차리고 주민들을 초청하였다. 작은 마을이기에 주민들과 밥상공체를 이루고 친해지고 싶어서였지만 초대에 응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몰래산타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성탄절은 기대가 된다. 매년 성탄절 오후에 펼쳐지는 마굿간 축제도 변화를 모색했다. 매년 우리 끼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가까운 노인병원이라도 찾아서 축제를 벌이고 우리가 받을 선물들을 이웃에게 전달하는 모양을 취하면 좋겠다는 결의를 하였다. 그런데 마을을 위한 선물이 들어왔으니 올해까지는 마을잔치를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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