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섭 (전 청와대 비서관)

▲김정섭(전 청와대 비서관)
며칠 새 눈이 계속 내렸습니다. 저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계룡산을 바라보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봅니다.

12월은 대입 수험생들이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의 성적표인 수능점수를 받아들고 웃음과 탄식이 표출되는 때이지요. 이 땅의 모든 수험생들과 부모님들께, “정말, 진심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위로하고 싶습니다. 제 아들도 작년에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수험생을 둔 아버지 어머니들의 심정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이제 시작이다. 자만도 하지 말고 절망도 하지 말라. 늘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라!”라는 말을 드립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즐기는 자 역시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면서 그 일을 즐기기까지 한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타인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상위권의 좋은 대학, 좋은 학과로 진학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저도 공주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성공이나 한 시절의 부유함이 그다지 오래가지 못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눈이 휙휙 돌아갈 만큼 사회의 변화와 부침이 심하고, 60세 즈음에 은퇴한다고 해도 2, 30여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 고령화시대입니다.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지요. 수험생 여러분도 인생의 성공, 실패가 20, 30대에 판결나지 않는 점을 명심하고, 이번 입시 결과에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절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긴 시간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지친 수험생은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이 휴식입니다. 행인이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서 쉬듯이, 농부가 낫을 갈기 위해 작업을 멈추듯이, 어부가 그물을 정비하듯이, 충전과 준비의 시간을 갖는 사람은 더 먼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1983년에 대입 학력고사를 치른 직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부여와 서천을 거쳐 군산까지 홀로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밀렸던 소설책도 많이 읽었지요. 수험생 여러분도 자기만의 휴식을 꿈꾸고 직접 실행해 보면 좋겠습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이나 영화감독 김기덕, 이런 분들도 남보다 부유하거나 학교공부를 잘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규적인 틀보다는 자신의 계획에 충실하게 남달리 노력한 분들입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처럼, 자기의 할 바를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는 자세로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수험생 여러분을 위해서 언제나 먼저 일어나 챙겨주시고 항상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사회나 대학에 진출하기 전까지라도 부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작은 일이라도 도와드리고, 운동이나 여행을 함께 하는 등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금 부모님은 그동안 이만큼이나 키워냈다는 보람과 함께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어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계실 때입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역시 우리 엄마 음식 맛이 최고다!”라고 말하면, 그 한마디에 고생에 대한 보람을 얻으실 겁니다.

어쨌든 대학입시 치르느라 1년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스스로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내도 좋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진심어린 격려를 표시해 주면 고마워할 것입니다. 2014년 말띠 해는 또다른 도전과 성취의 한 해가 되도록 자신을 잘 갈고닦기 바랍니다. 자기만의 꿈을 마음껏 꾸고 힘껏 펼쳐내는 자랑스런 공주의 젊은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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