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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명사들의 애송시에 얽힌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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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4  09: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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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노닐던 광상산의 노래, 허난설헌의 몽유광산시... 극작가 신봉승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

                                         허난설헌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 어울렸구나,
연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져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벽해침요해(碧海侵瑤海) 청란기채란(靑鸞奇彩鸞)
부용삼구후(芙蓉三九朽) 홍타월상한(紅墮月霜寒)

 

꿈에 노닐던 광상산의 노래
                                                                                                               극작가 신봉승

내가 문학청년이었던 시절은 지금의 제멋대로식 풍요로움과는 사뭇 달라서 읽을 만한 문학서적도 흔하지 않았거니와 문학을 내용으로 하는 월간지도 둘밖에 없었으므로 소위 문학정보라는 것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를테면 어느 지방에는 어떤 문학청년이 어떤 경향의 작품을 쓰면서 어디에 투고를 하고 있다가 누구의 선고(宣告)로 몇 년 만에 데뷔하게 되었는지를 꿰뚫을 수 있었기에 생면부지인 그에게 축전을 보내는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사정이 그와 같았던 시절이라 시인을 지망하는 사람이면 웬만한 시집쯤은 몽땅 외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애송시도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질 만큼 다채로워, 마치 노래 이어부르기와 같은 방법으로 세계명시를 줄줄이 암송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모두가 까마득한 일이 되고 말았다.

요즘 나의 애송시는 예날과 달라서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간직했거나, 아니면 나와 깊은 인연이 있는 시인의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역사소설이나 역사드라마를 쓰게 되면서 나도 몰래 한시(漢詩)의 오묘한 경지에 빠지게 되어 동양의 고유 정서가 담긴 서정시를 즐겨 흥얼거리게 된 것이다.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은 유서 깊은 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이자 저항소설인 ‘홍길동전’을 쓴 교산 허균과 그의 누님인 난설헌 허초희(蘭雪軒 許楚姬)가 태어난 고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초당동에 새 거쳐를 마련하게 된 것을 인연으로 그녀의 시비(詩碑)에 비문을 쓰게 되었다. 그때 나는 난설헌의 시에 선도(仙道)가 살아서 꿈뜰거리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중 한 편이 바로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 : 꿈에 노닐던 광산상의 노래)’라는 절편이다. 어디에 이같이 판타지컬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광상산은 난설현 허초희가 꿈에서 본 환상의 산인데, 그 산에 오르면 푸른 바다의 구슬물이 손에 잡힐 듯하였고, 새 중의 새라는 난새(봉황새의 일종)가 현란한 색채를 뿜어내는 무릉도원이었다. 여기가 바로 시인이 살고자 했던 이상세계였으니 바로 선계(仙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히 읽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구절은 원시의 뒷 구절이다. 연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져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것처럼……. 난설헌 난초희는 스물일곱 꽃 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음이 아니겠는가.

난설헌 허초희는 절절하게 넘쳐흐르는 고독의 정한 속을 헤매면서 자신의 시와 생애를 함께 마감한 당대의 여류 시인이기에 나는 그녀의 시를 애송하면서 사백 년 전의 난설헌을 뇌리에 그려 보는 것이다.

나를 매혹시킨 한편의 시(문학사상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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